


[사랑]
오헤벳트가 집착하다시피 붙잡으려 하는 단어.
지금껏 맞아왔던 자신의 예언이 두 번 빗나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사랑 때문이었다. 또한 처음으로 읽은 로맨스 소설에 예언이라고 내려졌던 주인공의 운명이 한 남자를 향한 열정적인 사랑으로 인해 180도 달라졌다는 첫 문장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그 사랑을 보고자 한다. 이전처럼 저가 죽는 미래를 보게 되더라도 사랑만 있다면 괜찮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 듯 하다.
[죽음에 무딘]
꿈을 통해서 끔찍한 미래를 보아왔던 오헤벳트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모든 신호와 통증들을 무시하고 외면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저를 죽음으로 내몰지 모르는 불에도 덤덤한 모습이며 손을 뻗어 일보러 화상을 입는 등의 행위를 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죽을뻔 했던 그 일도 어느새 흐릿해져 사람들의 시선을 무서워하던 어릴적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무서워하던 어쩌던 언젠가 죽을 것이니, 저에게 신호를 보내는 무언가를 차단하고 있다.

예언이란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말하는 것이며
이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을 예언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예언가들은 모두 두루뭉술한 예언을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화폐의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죽을 것이다, 화재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등등. 전부 특정 시간 혹은 장소, 대상이 애매모호하기 일쑤였고 해당 부분과 관련해서
일을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오헤벳트의 예언은 달랐다. 보다 정확한 시간은 기본으로, 설명이 서투르더라도 그가 말하는 사건의 모습이나
해당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묘사, 대상자에 대한 설명 등 모든 것은 정확했다.
오헤벳트는 8살 때 우연히 교주가 사고를 당하는 꿈을 꾸게 되고 이를 주변인들에게 알렸으며 그의 꿈대로 교주가 사망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그는 수없이 많은 꿈을 꾸며 이를 통한 예언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주로 꿈을 통해서 미래의 특정 장면을 보게 되는데 이 꿈을 꾸는 시기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 그 이상으로 상당히
불규칙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의 미래를 콕 집어 볼 수 없다. 대신 한 번 꿈을 꾸게 되면 그의 주변 사람을 포함해 때로는
그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미래를 적게는 1가지, 많게는 10가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자고 일어난 후 전부 다
기억해야 예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 10가지를 자고 일어난 아침에 써내려갔으니, 꿈을 꿨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더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을 봤을지도 모른다.
이 예언을 받아서 선지자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신도들이 성소 내에서 여러 사건 사고들을 예방하였으며 성소 밖으로 나가
그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범죄들과 여러 재해를 막았다. 그렇게 해서 미국 내에 아하바의 이름이 알려졌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 종교 집단으로부터 나오는 예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커져가는 종교 집단과 달리 오헤벳트는 아하바의 성소 내에서만 지내왔고 종교 내 간부급의 신도들만 만나 자신이 꾼 꿈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아는 자는 매우 드물다.
교단 내외부의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안겨주었으며 교단의 간부들은 이를 종교로 이어갈 수 있는 뛰어난 가치로 여겨
아하바의 사자(使者)라 불렀다. 이런 오헤벳트가 에스포어 호칭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 하루에 두 번 일기를 쓰는 이유는 바로 꿈을 적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 그날 꾼 꿈에 대해서 적고 저녁에는 정확히 그 날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는다. 때로는 저녁 늦게 꿈을 떠올리고 적기도 한다
아하바 교단::추가 설명
- 아하바의 성소 중심에는 간부와 교주, 그리고 성소에서의 잡다한 일을 하는 사람들 외에는 오갈 수 없는 저택, 교단 내에서는 신전이라고 하는 새하얀 건물이 하나 있다. 오헤벳트의 어머니는 그 신전을 관리인 중 한 명이었으며 아버지는 평범하지 못한 광신도였다.
- 이 종교단체는 기계를 금지 물품으로 정하며 성소에 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새롭게 탄생하는 생명에게는 글을 가리치는 것을 금하고 아하바에 대한 것과 신에게 드리는 예배, 의식과 관련된 교육을 중심적으로 받도록 했다.
- 어떤 책이든 한 번 손에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부 다 읽기 전까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뜻을 알 수 없다면 주변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서, 아니면 갖고 있는 어린이용 전자사전을 이용해 찾아가며 읽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며 밥을 먹어라, 잠을 자라, 해도 듣지 않는다.
-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면 성소는 그 밖과 매우 비슷했다. 교단 내에서 지어준 작은 아파트 내에서 지내며 자체적으로 발행되는 돈, 즉 동전들이 새로운 화폐가 되어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가 갖고 있는 노동력과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키워서 내놓는 식으로 이 동전을 받거나 물물교환을 해 의식주를 해결하며 아하바를 찬양했다. 구멍이라면 당연히 존재했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나 결국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만족하는, 폐쇄적인 마을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었다.
- 오헤벳트는 아하바의 성소라 불리우는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다. 첫 예언을 하는 8살 전까지는 평범하게 아하바의 신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건물에서 자신과 같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왔다.
8살, 첫 예언
- 오헤벳트가 처음으로 예언을 한 때는 8살 때. 그 이전에도 미래를 보여주는 꿈을 여러 번 꿨으나 그 꿈을 기억하기 어려웠으며 대부분 잊거나 경험한 것 같다, 하는 위화감을 느끼는 것으로 끝났다. 그의 첫 예언은 바로 교주가 사망한다는 예언. 그러나 이 예언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의 말일뿐더러 그 입에서 나온 것은 자신들의 교주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당연하였다. 오히려 교주에게 저주를 내렸다는 이유로 성소의 지하에 갇혀 굶주리게 된다.
- 이틀 뒤, 그가 말한 대로 교주는 사망한다. 그리고 당일 오헤벳트는 자신이 무언가를 마시고 죽는 꿈을 꾸게 되었다. 종교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신도들은 교주의 사망에 대한 것을 듣고 오헤벳트를 악마로 몰아갔다. 간부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신도들이 원하는대로 오헤벳트를 일주일 뒤 화형시키고자 결정을 내린다. 그 이전까지 오헤벳트를 살려는 둬야겠지, 썩어가는 음식이라도 전해주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사람들은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는 오헤벳트가 자신의 죽음을 정확히 예언하자 경악하였다. 역시 이단이다, 아하바를 더럽히려는 악마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을 들으며 오헤벳트는 겁에 질렸다.
- 오헤벳트를 지하에서 구해 평안한 삶을 안겨준 사람은 새로 교주의 자리에 오를 교주의 아들이었다. 그는 일찍히 오헤벳트의 능력이 저주가 아닌 예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교주의 사망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그가 계획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교주의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던 그는 오헤벳트가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말한 대부분의 것들이 자신만 아는 중요한 계획의 일부였다. 다행히 어린 아이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으니 큰 걱정없이 교주는 사망하였고 오헤벳트는 마녀로 몰렸다. 하지만, 이대로 오헤벳트가 죽어도 괜찮은가? 큰 사건뿐만 아니라 그 사건에 이르는 주요한 상황까지 말하는 오헤벳트의 예언은 이 종교에 득이 될 것이다. 간부들과의 회의 끝에 결론이 났다. 그리고 교주의 아들은 오헤벳트의 처분이 결정되는 날, 그를 살리고 신도들이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 교주의 결정을 보고자 찾아온 많은 신도들 앞에서 사랑의 신을 언급하며 사랑으로 악마를 안아주자, 그리하면 이 악마의 능력은 저주가 아닌 귀한 축복으로 올 것이다. 교주의 아들은 사람들을 홀리는 매력과 카리스마로 신도들의 마음을 바꾸고 오헤벳트를 사랑으로 감화를 받게 될 악마라 칭하였다. 이후 오헤벳트는 성소의 지하에서 벗어났으나 성소라 불리우는 저택에 갇히게 되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죽을거라는 꿈을 봤는데 이상하게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는걸. 이 일은 오헤벳트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귀를 기울이는 발판이 되었다. 교주의 말에 홀린 것은 어린 오헤벳트도 마찬가지였다.
18살, 화재 사건 전까지
- 예언은 신이 내려준 정결하고 고귀한 신탁이라고 간부들이 정하였다. 그 정결함과 고귀함때문에 먹는 것은 신선하고 깨끗한 야채와 과일에 한했으며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어서는 안되기에 간부와 교주만 만날 수 있었다. 미래를 꿈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일어나자마자 꿈에 관해서 일기를 쓰듯 기록하게 하였다. 또한 오헤벳트가 설명하는 모든 꿈들이 해석해야하는 신탁처럼 보이기 위해 세상에서 흘러오는 모든 정보들을 차단하고 기본적인 지식도 쌓아주기보다는 없애버리고자 하였다. 이로 인해 오헤벳트가 아는 것은 동화책 몇 권 뿐. 성소에 갇히기 전 저가 겪고 본 것들과 배운 것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쓰는 글과 지하에 갇혔던 일, 저를 살린 아하바의 '사랑'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잊혀졌다.
- 밖으로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은 매우 드물었다. 제 꿈에 나오는 밖은 매우 무서운 곳이다. 누군가가 죽고, 다치고 아파하는 그 바깥의 모습들, 모르는 것 투성이에 알고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또한 성소 안에 갇혀있다고 해도 예언을 하면 할수록 저가 성소 내에서 무엇을 하든 신경 쓰는 사람들이 적어졌으며 점점 자유로워졌다. 정원에서 자기 맘대로 실컷 뒹굴어도 괜찮다. 오헤벳트는 그 점에 만족하였다. 이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헤벳트는 많은 것을 예언하였으며 에스포어 칭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주어지는 혜택은 원치 않기 때문에 거절했다. 물론, 거절하도록 유도한 것은 간부들이었지만.
- 그런 그를 이용하는 종교를 불편하게 여기기 시작한 간부 한 명은 오헤벳트를 포함해 이곳에서 자라난 수많은 아이들을 돕고자 했다. 이 사이비 종교 밖으로 탈출시켜서 세계 곳곳의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해야한다, 간부는 오헤벳트를 설득하고 그 이목을 끌고자 노력하였다. 그 노력에 이끌리듯 오헤벳트는 조금씩, 밖을 갈망하였고 여러번 탈출을 시도하였지만 그 때마다 정원 외출 금지에 얼마 없는 동화책마저 뺏기기를 반복했다. 없던 희망까지 전부 잃어갔고 저를 괴롭히듯 내면에서 술렁이는 여러 신호와 통증들에 오헤벳트는 날이 갈수록 모든 것에 무디어졌다.
- 그러던 어느날, 마치 때가 되었다는 듯 오헤벳트의 꿈에서 성소가 불타버린다. 늘 그래왔듯이, 그 원인도 보았다. 평소 마약을 즐겨 하던 간부가 방화를 저지른 것. 그로 인해 성소 안의 모든 것이 불타고 자신도 죽게 된다. 제 죽음을 보았으나 오헤벳트는 평소처럼 덤덤하였다.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이 우물에서 더 살아봤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가더라도 또 신도 때문에 저는 더 괴롭게 죽겠지. 그 때도 불에 타죽을 운명이 아니었던가. 때문에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신의 곁으로 간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 그래서 오헤벳트는 그 날 꾼 꿈을 감추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성소가 불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사건 당일, 화재가 발생한 어느 날, 예언은 틀어졌다. 오헤벳트는 저를 매번 도와주려 하는 간부에 의해 화재 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움을 준 간부는 오헤벳트가 종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른 모든 간부들이 성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이로 인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화재사건 후
- 오헤벳트는 그 간부의 도움으로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으나 세상에는 저가 갈 곳이 없었다. 역시, 성소 안에서 조용히 지내던 때가 좋았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런 오헤벳트를 맡아주고 도와준 이가 복지사였다.
- 복지사와 함께 지내며 안정과 함께 세상을 향한 흥미를 찾게 된 오헤벳트는 처음으로 복지사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 날 화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곳에서 저를 도와준 그 간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고 혹시 그가 살아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복지사에게서 받은 것은 작은 책 한 권 이었다. 모든 화재사건 조사가 끝나고 복지사는 경찰에게 부탁하여 간부의 사망 소식을 알리기보단 간부의 일기장을 오헤벳트에게 전하였다.
- 그가 적은 일기장에는 오랜 기간동안 오헤벳트를 향해 사랑한다 말하며 구해주겠다, 하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사랑', 오헤벳트는 저를 화형당하지 않게 해준, 교주가 말한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사랑이라는 것이 예언을 바꾸었고 저를 살렸다. '사랑의 신' 아하바가 늘 말하는 그 사랑이다. 이 이후부터 그는 사랑을 쫓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